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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이후 셜록과 마이크로프트의 관계는 느리지만 꾸준하게 개선되었다. 마그누센에게 조심스럽게 덫 치는 일은 그만두었지만 — 왓슨 부인에게 고맙게도 — 둘은 더 잘 어울릴 수 있게 되었다.
셜록은 독기를 덜어 마이크로프트에게 대답하면서, 존과 함께 마이크로프트가 또다른 자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않는지 세심히 주시했다.
마이크로프트는 이런 변화가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동생이 생각보다 왓슨 박사의 영향을 많이 받는 모양이니, 어쩌면 조만간 셜록의 인생에 제 존재는 필요하지 않을 듯 싶었다.
평화는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졌다. 홈즈 가 저택에는 왓슨 부부와 — 둘의 관계는 거짓말 때문에 약간 틀어지긴 했지만, 왓슨 부인이 셜록을 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금방 해결되었다 — 레스트라드 경감— 연초에 이혼이 마침내 마무리 되었기 때문에 갈 곳이 없었다 —, 안시아가 있었다. 부모님은 이번 해에 모두를 초대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다.
일이 일어난 것은 오후 3시 경이었다. 홈즈 씨와 홈즈 부인이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다른 이들은 느긋하게 거실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드론이 날아들었다.
마이크로프트와 안시아는 마이크로프트가 소재한 이곳의 경비를 통과했다는 사실에 놀라 즉각 경계 태세를 세웠고, 동시에 휴대폰을 향해 손을 움직였다. 그러나 둘이 각각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고 긴급상황을 신호하기도 전에, 들려온 여자 목소리가 저지했다.
"내가 너라면 안 그래, 마이크로프트." 목소리에서 적의가 뚝뚝 흘러내렸다.
목소리를 알아들은 마이크로프트의 눈이 커졌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지 않고 눈빛으로 안시아에게 같은 행동을 지시했다. 마이크로프트의 반응에 나머지도 즉시 위험을 감지했다, 특히 셜록이.
"착하지." 목소리가 조롱하듯 칭찬하자 세 개의 드론이 더 날아들었다. 모두 폭탄이 붙어있음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알아볼 수 있는 폭탄이지, 마이크로프트. 넌 느려도 멍청이는 아니잖아. 그러니까 누구도 외부에 경고하려는 시도를 하지 말라고 제안하고 싶네. 음?"
마이크로프트를 느리다고 부르는 목소리에 거실 모두의 눈이 터무니 없게 커졌다. 마이크로프트의 암울한 수긍이 모두를 더욱 긴장시켰다.
"자 그럼 쇼를 시작해보자구. 엄마 아빠를 불러줄래, 오빠? 따로 떨어져 있으면 무슨 어리석은 짓을 할 수도 있잖아, 안 그래?" 목소리는 여전히 조롱조였고 이를 악물던 마이크로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다른 이들 사이에서, 여동생의 존재를 몰랐던 셜록은 특히 그랬다.
마이크로프트가 목소리를 높였다. 유러스는 자신이 움직이길 바라지 않을 것이다. "엄마, 아버지. 와주실 필요가 있겠어요."
하는 말에 비해 긴장감이 서려 있는 마이크로프트의 목소리에 부모님은 곧장 거실로 향했다. 거실로 들어서기 전, "필요한 건 아닌데. 뭐, 어쩌면 네가 필요할 수는 있겠네, 손잡아 달라고."라고 하는 말을 들은 홈즈 부부는, 모두가 경계하고 있는 걸 알아챘다.
"마이크로프트, 무슨 일이니?" 홈즈 씨가 염려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마이크로프트가 대답하기도 전에 목소리가 가로막았다. "이제 모두 다 모였으니 게임을 시작할게. 규칙은 꽤 간단해. 외부와 접촉하지 말 것, 드론이나 폭탄을 분해하려 시도하지 말 것, 카메라를 제거하려 시도하지 말 것. 만약 하면, 바로 폭발시킬 거야. 내가 그럴 거 알지, 마이크로프트. 말해줘." 목소리는 신이 나서 발표했고 마이크로프트는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여 확인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여자는 셜록이야. 끼어들지 마, 마이크로프트. 내 말 알아들었어?"
"그럼 다른 사람들은 함께 해도 된다는 건가?" 존이 물었다.
"너희는 게임에서 역할이 있어. 내가 말하는 너희는, 마이크로프트와 존이야. 나머지는 부수적인 피해고. 슬프게도 마이크로프트는 날 가둬두기 위해 최선을 다해놔서, 너희 셋을 한번에 노려볼 만한 최고의 기회는 오늘이야. 다른 사람들은 시도해봤자 의미 있는 무언가를 이루기엔 너무 멍청하니까 상관 없어." 자신의 말을 끊은 존을 목소리는 차가운 대답으로 곧장 치워버렸다. "마이크로프트, 네가 끼어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이해했어?"
한 번 더 이를 꽉 문 마이크로프트는 뻣뻣하게 대답했다. "그래."
나머지는 우려와, 긴장감, 결연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셜록이 처음 입을 열었다. "내가 참가자라고 말했는데, 내가 무슨 게임을 하는 거지?"
"안녕 셜록." 목소리가 처음으로 셜록을 부르며 온화하게 변하자 모두 그 정보를 머릿속에 담았다. "네가 참가하면, 우물에 갇혀 겁에 질린 여자애를 구할 수 있어. 매 단계마다 내가 힌트를 줄게. 마지막 문제에 도달하기 전에 사건을 해결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목소리는 셜록이 참여하든 말든 여자애는 상관 없다는 듯이 경박하게 말을 맺었다. 그녀가 실제로도 신경 쓰지 않다는 걸 모두가 알아챘다.
홈즈 부인은 우물이라는 언급에 그 목소리가 누구인지 감을 잡기 시작한 것처럼 보였다. 마이크로프트가 잠시 눈을 꽉 감았다. "빅터의 우물?" 그가 물었다.
"만약 아직도 그 애 유해를 찾지 못했다면, 맞아. 아, 잠시만, 찾을 능력이 없었구나,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목소리가 악의 넘치는 웃음을 터뜨렸다. "뭐 그렇다면, 불쌍한 여자애는 친구와 갇혀 있겠네, 흠? 뼈다귀 친구겠지만."
"유러스." 홈즈 부인이 희미하게 중얼거렸다.
"이런. 내가 예의가 없었어. 이보다는 잘 교육 받았는데. 내가 받은 걸 교육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야." 목소리가 또 한번 비웃었고, 폭탄이 달리지 않은 드론이 빈 벽을 마주하더니 영상을 비췄다.
약간 말랐지만 그 외에는 괜찮아보이는 여자가 흰 옷을 입은 채 나타났다. 광기 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안녕, 셜록. 그리고 나머지." 그녀는 셜록에게 미소를 짓고는 뒤늦게 다른 사람들을 덧붙였다. "내 이름은 유러스 홈즈야. 그럼 게임 시작한다."
유러스는 미소 지으며 윙크했고, 존은 모리아티의 미소를 떠올렸다. 그는 세 번째 홈즈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보아하니 셜록도 몰랐던 것 같지만 질문은 미뤄둘 수 있었다. 마이크로프트의 긴장이 현재 그들이 죽기 직전 상태에 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줬기 때문에 먼저 여기서 생존해야만 했다. 그는 메리와 그렉의 눈빛이 단호하게 변하는 것을 보았다. 제발 메리와 아이가 무사하기를. 존은 간절히 기도했다.
홈즈 씨와 홈즈 부인 또한 많은 의문이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마이크로프트와 셜록의 부모로서,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걸 알 만한 지능이 있었다.
"첫 번째 문제." 유러스가 신나서 공표했고, 유러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드론이 셜록에게로 날아갔다. 마이크로프트는 긴장했으나 그 드론에는 폭탄이 붙어있지 않았다. "드론에 버튼이 보일 거야, 셜록. 그걸 존이나 우리 큰오빠에게 줘. 둘 중 누가 누르게 만들지 골라봐." 유러스는 큰오빠라는 단어에 혐오감을 담아 발음했다.
셜록이 드론과 버튼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다 고개를 들고 유러스의 광기 어린 눈동자를 마주했다. "누르면 어떤 일이 일어나지?"
유러스가 놀라는 척을 했다. "아 맞다. 그렇지, 그게 중요하지." 영상이 둘로 갈라지더니 폭탄에 묶인 남자와 여자를 각각 보여줬다. 마이크로프트의 피가 식었다.
"소장과 그 부인이잖아." 영상 속 남자가 마이크로프트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홈..홈즈씨?"
"당신은 재가 없이 저 애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게 놔뒀습니다. 그리고 보고도 않고. 내가 분명히 그러지 말라고…!" 마이크로프트가 분노했다. 어리석은 남자가 생각없는 행동으로 셜록을 위험하게 만들었다.
유러스가 화면으로 돌아와 마이크로프트를 향해 쯧 혀를 찼다. "내가 뭐라고 했어, 마이크로프트? 간섭 금지. 그리고 그렇게 화내지 마. 저 남자 없었으면 결국 내가 이런 가족 재회를 어떻게 마련했겠어. 그래서 저 사람도 포함하기로 했지." 유러스는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상담사는 어떻게 했어?" 마이크로프트가 으르렁거렸다. 소장이 상담사와 얘기하게 뒀을 게 뻔했다.
다른 이들은 마이크로프트에게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는 그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안시아조차 셜록이 관련되었을 때 몇 번밖에 보지 못했다.
"여동생에게 신뢰가 너무 없는 것 아니야, 우리 오빠? 해치지는 않았어." 유러스가 결백한 표정을 보였다. 아무도 그 얼굴에 속지 않았다.
"그러면 다른 이들이나 그녀 스스로 뭘 하게 만들었겠지. 어디 있어 지금, 유러스?" 마이크로프트는 동생을 알았다.
유러스가 비죽거렸다. "정말 재미없다니까. 내가 처음부터 너를 싫어한 이유야. 나는 네가 내 조종에 좀 더 쉽게 걸려들길 진심으로 바랐어, 마이크로프트. 그럼 빅터 대신 널 제거할 수 있었을 텐데. 셜록의 애정을 독점하려고 진짜 뻔뻔스러웠다니까." 그녀의 얼굴은 이제 순수한 악으로 물들어있었고, 홈즈 부인은 얼기설기 이어붙여놓았던 부서진 심장이 다시 산산조각 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안시아는 분노로 입술을 꽉 물었고 셜록은 심각한 표정으로 새로운 정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 어렸을 때 형을 그렇게 좋아하고도 기억을 못한다고?! —, 하지만 마이크로프트는 한숨만 내쉬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내가 모르고 있던 사실도 아니란 거 알잖니, 유러스. 상담사는?"
"새로운 직업을 찾았어," 유러스가 사악하게 웃었다. "너무 내숭 떨면서 날 비난하지 않으려고 하길래, 내가 좀 더… 솔직해지도록 도와줬지. 물론 쓰임이 다 하고 나서."
다른 이들은 이게 무엇을 암시할 수 있는지 알고 아연실색했다. 유러스의 능력을 알고 있는 마이크로프트는 더욱 그러했다. "그녀가… 새로운 직업을 찾았다고 생각하도록 조종했다고. 그게 뭐냐, 유러스? 성매매? 포르노 배우?" 마이크로프트가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면 네가 찾아서 되돌려놓게? 할 수나 있는 것처럼 구네." 유러스가 비웃었다.
"내가 너처럼 다른 사람을 '재설정' 할 능력은 없지만, 내가 시도하지 않을 거란 뜻은 아니지. 그리고 너는 죽이지 않았을 거잖아. 너는 그녀가 예전 자신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걸 재밌어하니, 내가 찾을 가능성도 높다는 의미지." 마이크로프트가 쏘아붙였다.
"물렁해진 거야, 마이크로프트? 감상은 좋은 게 못 돼, 큰오빠. 그게 오늘날 널 어떻게 만들었는지 봐. 이렇게 나약해져서 여동생을 죽게 내버려두지도 못하고 대신 다른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지. 오늘은 유용한지 보자고." 유러스는 조롱조로 속삭였다.
손님들은 여자가 얼마나 비틀려 있는지 대화를 들으며 속이 안 좋아지고 있었다. 홈즈 부부는 시체처럼 창백해서 실신하기 직전 같았다.
"자, 골라, 셜록. 존이야 아니면 마이크로프트야? 둘 중 하나는 소장을 죽이는 버튼을 눌러야 해. 그럼 그 부인은 살려줄 거야. 만약 안 그러면 부인이 대신 죽을 거야." 말과 함께 영상은 다시 한번 소장과 부인을 비추었다.
그들은 유러스가 한 말을 들은 듯 울고 있었다. 셜록과 마이크로프트는 그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잡아냈지만 화면 너머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특히 그들의 위치가 셰린포드라는 걸 마이크로프트가 알아봤을 때는.
셜록, 존, 마이크로프트는 드론을 경계하듯이 바라보다 소장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소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홈…홈즈씨, 존, 부디 버튼을 눌러주십시오. 제발 제 부인이 살 수 있게 해주세요. 제발요. 제가 죽는 게 나아요."
소장은 덜덜 떨고 있었지만 결심은 굳은 듯 보였다. 마이크로프트와 존도 그럴 수 있었다. 그들 역시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 중에, 자신과 셜록, 자신과 메리 사이에서 선택하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리 똑같이 할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버튼을 향해 손을 뻗지 못했다.
소장의 간청에 부인은 더 격하게 울기 시작했다. 숨을 헐떡이며 말을 내뱉지도 못하는 모습으로 자신은 그저 도구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한심하지 않아? 감상 때문에 목숨을 내버리다니.” 유러스의 조롱하는 목소리에 혐오감이 가득했다. “그래서? 선택 안 할 거야, 셜록?”
셜록이 입술을 꽉 물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누군가를 죽일 버튼을 누르라고 강요할 수는 없었다. 차마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셜록의 눈이 메리의 결의에 찬 눈과 마주쳤다. 그녀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존과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마그누센도 죽인 사람이니까. 하지만 셜록은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저… 여자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셜록이 결정하지 못하는 사이 화면이 셋으로 나뉘어지고 마지막 칸에 모리아티가 떠올랐다. 존과 셜록이 날카롭게 숨을 들이켰다. 영상은 씩 웃음 지었다. “나 그리웠어?”
마이크로프트가 손이 새하얘지도록 주먹을 꽉 쥐자 안시아가 염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마이크로프트와 함께 모리아티의 시신을 확인했었다. 그가 정말 살아있을 리 없다.
그리고 영상의 모리아티는 열부터 거꾸로 세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그건 제한시간이었고 소장은 숫자가 줄어들면서 더 이성을 잃어갔다.
셜록은 무력하게 버튼과 마이크로프트와 존을 응시했고, 그 눈빛에 마이크로프트의 가슴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모두 그의 탓이다, 유러스와 모리아티가 만나게 놔두고 유러스의 감금을 확실히 하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셜록이 자신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었다. 하지만 버튼을 향해 손을 뻗지는 못했다.
“…5, …4,” 카운트다운이 거의 끝나가자 버튼처럼 보이는 수상쩍은 물건을 집어든 소장이 입을 열었다.
“...부디. 절 기억해줘요.” 모두가 다음 행동을 알았다. 셜록과 존, 마이크로프트, 그렉 모두 화면을 향해 무용하게 팔을 들어올렸고 안시아와 메리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으나 그 누구도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짧은 폭발음 뒤에 피와 살점이 후두둑 떨어지자 모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화면은 소장의 아내와 유러스만 비추고 있었다. 유러스는 따분해보였다. “실망스러워. 뭐, 내가 말한 거 기억하지? 규칙은 규칙이야, 오빠들.” 유러스는 사악하게 미소짓더니 아연실색한 마이크로프트와 셜록이 미처 소리치기도 전에, 소장의 부인을 감싸고 있던 폭탄이 마찬가지로 작동했다.
소음이 잦아들고 나서야 유러스의 흥얼거림이 들렸다.
존이 소리 질렀다. “그건 불필요했다고! 소장은 이미 죽었는데…!” 존은 유러스에게 직접적으로 분노를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에 무언가를 때리고 싶은지 주먹을 말아쥐고 있었다.
유러스는 눈을 굴렸다 . “내가 말했잖아, 멍청아. 내가 왜 그랬는지 알지, 셜록? 그리고 마이크로프트도. 난 미리 규칙을 줬어. 마이크로프트나 존이 버튼을 누른다, 아니면 부인은 죽는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니 죽는 거야. 소장의 죽음이 불필요했지.” 유러스는 소장의 어리석음에 어깨를 으쓱했다.
마이크로프트는 턱을 악물었고, 눈 밑이 파르르 떨렸다.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잖아, 유러스. 이러려고 소장에게 폭파 스위치를 준 거잖아.” 그는 딱딱한 말투로 반박했다.
“흠, 물론이지, 오빠.” 유러스가 과장되게 눈을 크게 떴다. “나는 네가 그럴 능력이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어. 증거 A: 내가 처형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으니까, B: 거기 요원들 보고서를 봤으니까. 네 명령들은 최적의 효율성보다는 최소한의 희생을 위한 쪽이더라.” 유러스가 못마땅하게 눈동자를 굴렸다.
안시아가 화면을 노려보았다. 마이크로프트의 명령들은 그녀가 봐온 것들 중 가장 효율적이었다. 진실과 매우 먼 얘기긴 하지만 설령 그의 명령이 그저 그랬더라도, 요원들을 훈련시키는 데 들인 공을 생각하면 희생자를 줄이는 쪽은 효율적이었다.
“그리고 오빠, 버튼을 누르지 않기로 선택했으면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고 말하지 마. 내가 그러지 말라고 경고도 했는데 끼어들었잖아.” 유러스는 당연한 것을 말하는 것처럼 오만하게 끝맺었다.
그렉과 안시아는 마이크로프트를 안심시켜주거나 뭐라도 하려는 것처럼 손을 비틀었다. 저 미친년은 자신이 두 사람을 죽여놓고 마이크로프트의 탓을 하고 있었다.
셜록은 마이크로프트의 하얘진 주먹과 가려진 감정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저 여자가 숨겨진 여동생이든 아니든 경멸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유러스가 한숨 지었다. “휴, 첫 번째 문제가 이렇게 끝나버렸으니 두 번째 문제는 더 잘하길 바라.” 동시에, 버튼을 매단 드론이 셜록에게서 멀어졌다. 마이크로프트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의식적으로 주먹에서 힘을 풀었다.
“두 번째 문제는 사건을 해결하는 거야, 셜록. 다른 사람들도 원하면 같이 풀어도 돼. 나는 사실 마이크로프트가 과연 답을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거든.” 유러스가 신이 나서 키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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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셜록은 유러스를 노려보았다. “단서를 준다고 했잖아.”
유러스가 비죽거렸다 . “지이이루해. 아, 알겠어, 그럼.” 말과 함께, 화면은 불에 탄 집을 보여주었다.
홈즈 씨가 헉 숨을 들이쉬었다. 머스그레이브.
셜록은 사진에서 어떤 실마리라도 찾고자 눈을 가늘게 떴다. 무언가가 뒤통수를 건드리는 것 같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이크로프트는 그 사진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숨겨진 메시지 같은 건 없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머스그레이브라고, 유러스? 머스그레이브 주변에 있는 우물이 힌트니? 빅터가 혼자 힘으로는 움직일 수 없었을 거라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뻔하구나."
유러스는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는 거야, 큰오빠. 이건 1단계 힌트고 셜록은 어쨌든 기억 못하는 것 같은걸."
셜록은 그녀의 말에 사진을 한 번 더 분석했다. 여전히 집을 알아보거나 무언가 쓸모있는 정보를 찾지는 못했다. 그는 마이크로프트에게 의문의 눈빛을 보냈다. "내가 이 집을 알아?"
대답을 한 건 홈즈 씨였다. "저 집은 우리가 잠시 살았던 집이란다, 빅터가…“ 그는 마침내 빅터를 죽인 이가 유러스라는 것을 깨달으며 말을 끝맺지 못했다. 당시 유러스는 의심 받았으나 자신의 딸이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지 않았고, 유러스가 죽은 뒤로는 생각에서 멀어진 지 오래였다. 홈즈 씨와 홈즈 부인은 벽에 기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셜록은 자신의 기억에 의도하지 않은 공백이 있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양새를 보니 상당히 큰 공백이었다. 상황을 더 잘 대처하려면 모든 걸 알아야 했다.
"마이크로프트." 마이크로프트는 늘 그러듯, 바로 뒤돌았다. "내 기억에 빠진 부분을 모두 알고 있잖아. 나도 알아야겠어."
마이크로프트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가 셜록에게 전혀 얘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어린 셜록이 유러스와 빅터의 존재 자체를 지울 정도로 심한 외상을 입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상황을 다루기 위해서는 셜록이 모든 사실을 알아야한다는 것에도 동의했다.
유러스가 눈을 굴렸다. "이제까지 너 편하자고 여동생을 삭제해놓더니, 이제는 필요하다고 복구하려 하네. 전형적이어라. 나는 전혀 그리워하지 않고, 마이크로프트는 그걸 부추겼고." 마이크로프트에게 악의적인 시선을 쏘아보내는 찰나간 유러스의 얼굴에는 혐오가 가득 차올랐다. "짧게 해, 마이크로프트. 두 번째 문제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녀는 턱을 괴고 지루함을 내보였다.
마이크로프트는 숨을 한번 내쉰 뒤 셜록을 향해 좀 더 돌아섰다. 그는 주변 시야로 유러스를 보고 있었으나 셜록이 그의 집중을 원했다.
"레드비어드 기억하니, 셜록?" 익숙한 질문에 셜록이 얼굴을 찌푸렸다. 인내심은 없었지만, 연관성이 있을 것이기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레드비어드를 네가 어릴 때 우리가 키운 개로 기억하겠지만, 그건 네 어릴 적 친구였던 빅터 트레버다. 그 애는 왓슨 박사 이전에 있었던 네 유일한 친구였고 너랑 빅터는 해적 놀이를 하기 좋아했지. 레드비어드는 빅터의 해적 이름이었고. 유러스는 그 애가 네 관심을 뺏어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그 애가 우물 속으로 들어가게 조종했다. 그리고 거기서 죽었지." 마이크로프트는 표정에서 후회가 드러나는 걸 어찌할 수가 없었다. 둘을 더 잘 지켜봤어야 했다. 그가 막았어야 했다.
"우리는 그 우물을 전혀 찾을 수가 없었어. 증거도 없었고 5살짜리 여자애가 오빠의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걸 믿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었지. 너는 빅터의 실종에 힘들어했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러스는 우리의 어릴 적 집에 불을 질렀어, 머스그레이브에." 마이크로프트가 사진을 가리켰다, "날 죽이려고 말이지, 꽤 확신해."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여하튼, 화재도 역시 증거가 없었지만 유러스를 심리치료 시설에 보내기엔 충분했다. 그 시설도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13명의 희생자와 함께 불타버렸고 루디 삼촌이 유러스가 화재에서 죽었다고 알려주러 왔지."
마이크로프트는 말을 잇기 전에 잠시 부모님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나는 삼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맞섰고, 삼촌은 유러스가 셰린포드에 보내질 거라고 말해줬다. 나는 만약 유러스가 살아있다는 걸 부모님이 알게 되면 다시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할 테고, 그건 어느 쪽으로든 널 다치는 결과를 불러올 거라는 것에 동의했기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루디 삼촌이 유러스보다 일찍 죽을 테니, 나는 삼촌의 사후에도 유러스를 감당하기 위해 정치계로 진로를 틀었지. 그 뒤, 너는 사건에 극심한 충격을 받은 나머지 유러스와 빅터, 그리고 나에 관한 기억 전체를 고쳐서 지워버렸어. 그리고 너 또한 180도 변해버려서, 네 인생에 모든 사람들을 거부하며 적어도 겉보기에는, 유러스 같아졌지."
손님들은 이 요약된 가족사에 입을 딱 벌리고 있었다. 이건… 평범하지 않았다. 그리고 존, 그렉, 안시아는 왜 마이크로프트가 그렇게 셜록을 과보호하는지, 왜 셜록이 인간관계에 부정적인지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홈즈 씨와 홈즈 부인은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온 마이크로프트의 침묵에 배신감을 느낀 것처럼 보였으나 표정은 금방 가라앉았다.
유러스가 흐음 소리를 냈다. "내가 풀려나면 그 즉시 널 죽이리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건 정말 말하고 싶지 않아?"
안시아는 의도적으로 온몸을 긴장시켜 뻣뻣하게 만들었다. 그러지 않으면 후회할 짓을 저지를 것만 같았다.
마이크로프트는 그저 무심하게 어깨만 으쓱였다. "너는 답을 알잖니, 유러스."
마이크로프트의 대답에 유러스의 얼굴이 즐거운 미소로 찢어졌다. 마이크로프트를 제외한 모두가 그 미소에 긴장했다. 만약 저 미친 여자가 만족스러워 한다면, 그건 마이크로프트에게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마이크로프트와 유러스는 주제에 관해 더 얘기하지 않았다.
셜록은 몇 초간 허공을 바라보며 자신이 들은 걸 정리하다 마이크로프트에게로 다시 시선을 고정했다. "형은 삭제하지 않았어."
마이크로프트가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네가 처음으로 한 말이 마이코프였던 걸 기억하니, 셜록?" 회상하며 그의 얼굴에는 아련한 미소를 떠올랐다. "사실 3개월 반동안이나 그 말만 했지. 아니면 매일 밤마다 내 침대로 은근슬쩍 들어와서 해적 얘기를 들려달라고 요구했던 건 기억해? 내가 충실하게 지어내줬잖아." 마이크로프트는 셜록이 자신에게 매달렸던 기억에 유러스가 동요하는 것을 보고 더이상 늘어놓지 않았다. "너는 내 존재만 제외하고 완전히 지워버렸어."
셜록은 이 모든 새로운 정보들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는 컴퓨터 같은 뇌에 자부심이 있었고 이렇게 큰 오류가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렸을 때는 마이크로프트에게 애착을 가졌다는 사실도.
반면 손님들은 두 형제가 어렸을 때는 가까웠다는 사실에 속으로 흥미로워 하고 있었다. 이야기로 판단해볼 때 마이크로프트가 근본적으로 셜록의 부모역할을 했다는 점이. 하지만 거기 집중할 때가 아니었다. 둘이 얼마나 가까웠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유러스가 듣고 싶지 않아한다는 걸 그들 또한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자 이제 가족드라마는 그만두고, 두 번째 문제로 가볼까?" 유러스의 미소는 그 전보다 더 악의가 넘쳤다. "두 번째는 간단해. 이 남자, 에반스는," 화면은 범죄현장과 세 남자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 형제들 중 한 명에게 살해되었어. 나단, 알렉스, 하워드 순서야. 말해봐, 누가 에반스를 죽였을까?"
존은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셜록이 평소에 맡는 사건과 비슷했다. 셜록과 마이크로프트가 해결할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렉은 간단하게 보이는 범죄현장에 더욱 의심이 들었다. 셜록에 관한 그의 경험상, 셜록에게 맞는 난이도가 아닌 것 같았다. 어딘가에 중요한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시아와 메리는 저 미친년이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고 100퍼센트 확신했다. 하지만 둘은 범죄를 해결하는데 능하지 않으니 굳은 표정으로 상황이 해결되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셜록과 마이크로프트는 사진을 자세히 분석했다.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상당히 명백했다. 용의자들의 사진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은 빠르게 해결하기에 약간 불리한 요소였지만, 마이크로프트는 살인자를 금방 짚어낼 수 있었다. 마이크로프트가 확신하는 문제는, 다른 게 더 있다는 점이었다. 유러스는 그가 대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서 무언가 더 있다는 점을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
셜록 또한 진작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유리조각이 없으니, 나단은 아니라는 뜻이다, 총의 반동으로 안경이 깨졌어야 했으니. 하워드에게는 음주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한눈에 보였고 그렇다면 수전증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목표물을 깔끔하게 명중시킬 수 없다. 하지만 셜록 역시 천재였다. 저 여자가 말하지 않은 게 있다는 걸 알았다.
셜록이 결론에 도달한 순간 유러스는 눈치챘다. 예상대로 답을 아는 건 마이크로프트와 셜록이 유일했다. 나머지는 문제를 풀어내기에는 너무 멍청했다. 지루해. 눈동자를 굴렸다. 하지만 이 실험은 아니지. 유러스는 모두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향해 씩 웃어주며 화면을 전환해 자기 자신과 바다 위에 매달린 세 남자를 띄웠다.
그녀는 경감이 마치 그들을 구할 수 있을 것처럼 반사적으로 다가가려다 상황을 깨닫고 눈에 띄게 스스로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았다. 감상적이긴. 눈동자를 또 한 번 굴렸다.
"추측한 것처럼, 살인자를 말해줘, 오빠들, 그럼 내가 그를 떨어뜨리고 나머지는 살려줄게." 그녀가 셜록에 시선을 고정한 채 기대에 차서 말했다.
셜록이 이를 악물었다. "목적이 뭐야?"
그녀가 과장되게 눈을 크게 떴다. "물론 실험이지, 오빠. 전후 맥락과 결과가 범죄를 해결하는데 차이를 만드는지 보고 싶어서 말이야. 오빠가 물리적인 실험을 더 흥미 있어 한다는 건 알지만, 내가 여기에 갇혀 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네, 셜록." 유러스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말을 끝맺었다. 모두가 그녀의 비틀린 사고에 반발심만 느꼈다.
마이크로트와 셜록은 형제들이 실수로 떨어질 위험은 없는 걸 볼 수 있었다. 밧줄과 매듭은 겉보기에는 단단해보였다. 다른 말로는, 그들이 주는 답이 알렉스의, 살인자의 죽음을 반드시 초래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유러스가 빙그레 웃었다. "그러니까, 셜록. 아니면 마이크로프트. 누가 에반스를 죽였을까?"
마이크로프트가 입술을 앙 물었다. 사실 그는 유러스가 말해준 대로 작전들을 지휘하면서 사상자들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사상자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희생자들을 줄이고 숙련된 전문가들을 살리기 위해, 특정 요원들을 죽게 만드는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건 굉장히 다른 상황이었지만 그는 셜록이 결정으로 고통받게 둘 수는 없었다. 셜록은 대답을 거부하기 직전으로 보였고, 그건 더욱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게 분명했다.
마이크로프트가 입을 열었다. "대답이 틀리면 어떻게 되지?"
유러스가 히죽였다. "따분하게 굴지 마, 마이크로프트. 너와 셜록이 답을 안다는 게 보여. 어쨌든 쉬운 문제잖아. 다시 물을게. 살인자가. 누구야?"
손님들은 홈즈 형제를 지켜보았다. 이 망설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메리는 범인을 알았다면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존과 자신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마그누센도 죽였으니까. 하지만 형제가 그러지 못한다고 해서 비난하지는 않았다.
셜록은 답을 말하는 즉시 살인범이 죽을 거라는 걸 아는 이상 대답할 수 없었다. “아무도…” 그가 입을 여는 순간, 마이크로프트가 말을 잘랐다.
"알렉스. 알렉스가 에반스를 죽였다." 마이크로프트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안시아는 그 얼굴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얼굴은 마이크로프트가 사상자를 낳을 방침을 지시할 때면 떠오르는 표정이었다. 그런 일은 그녀나 마이크로프트가 원하는 것보다 자주 일어났으니까.
유러스가 신이 나서 웃었다. "이런, 이런, 이런. 그런 면이 있는 줄 몰랐네, 큰오빠."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화면을 끄는 버튼을 눌렀고, 그들은 바다로 떨어지는 알렉스를 볼 수 있었다.
마이크로프트는 철저히 의도한 느릿함으로 눈을 잠시 감았고, 이런 비슷한 사고가 쌓여있는 지하의 같은 구석에 사건을 저장한 뒤 눈을 떴다.
마이크로프트가 눈을 떴을 때 처음 본 것은 유러스의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는 찡그림을 간신히 참았다. 저 애가 보아서는 안되는 것이니까.
유러스는 조금 더 히죽이다 셜록에게로 주의를 돌렸다. "네가 아무 말도 안했으면, 셜록. 나는 다 죽였을 거야." 그녀가 무관심하게 어깨를 으쓱이며 알려주었다.
셜록이 저도 모르게 입을 조금 벌렸다. 그렉과 존도 마찬가지였다.
유러스는 순수한 표정을 다시 덧씌웠다. "왜 그렇게 충격 받은 표정이야, 오빠? 저들 중에 살인자가 있는 게 확실한데 만약 오빠가 누군지 말하지 않으면, 내가 잘못 고르지 않도록 분명히 해야 하는 거잖아, 안 그래?"
존이 주먹을 꽉 쥐고 으르렁거렸다. "당신은 살인자든 아니든 상관 안 하잖아." 그는 확신했고, 모두가 조용히 동감했다.
유러스는 존의 분노에도 시선만 줄 뿐이었다. "안 해. 나는 살인자가 살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내가 무고한 사람을 죽이든 유죄인 사람을 죽이든 신경 쓰지 않아. 저들 사이에 내가 다르게 느껴야 할 차이점이 있나?" 유러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유러스의 모자란 생명 존중에 존은 눈에 띄게 분노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했지만, 존은 성질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어떤 행동이라도 하기 전에, 메리가 그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 그녀는 위험을 감지하는데 능숙했고, 저 불안정한 여자 때문에 모두가 즉각적인 위험에 계속해서 처해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녀는 아기도 생각해야 했다.
존은 임신한 부인을 보고 다시 이성을 찾았고, 스스로 자제했다.
"흠. 답을 말한 게 셜록이 아니란 건 아쉽지만, 이 문제에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으니 지나갈게." 그녀는 본인이 애정하는 오빠의 난처한 얼굴을 보고 미소 지었다. 오, 셜록과 노는 걸 얼마나 그리워 했던지. "이제 다음 문제로 넘어가보자. 그리고 또 너희가 불평하기 전에, 여기 두 번째 힌트야." 유러스가 노래 하나를 들려주었다.
마이크로프트가 노래를 알아들었다. "이건 네가 어렸을 때 부르던 노래잖니."
유러스가 따분하게 끄덕였다. "네가 탁월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몰랐다면, 그걸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감동 받았을 텐데."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결코 감동이 아니었다.
"뭐, 내가 두번째 힌트를 줬으니, 다음 문제야, 셜록." 유러스가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Chapter Text
"세번째 문제는 특정 누군가에게서 특정한 말을 듣는 거야, 셜록. 쉽지." 유러스의 잔인한 미소는 쉽다는 부분에 의심이 들게 만들었다.
"어떤 말을 누구에게서?" 셜록이 의심스럽게 물었다.
"그렇게 수상쩍어 하지 마, 셜록. 어렵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 그리고 굳이 다시 알려주자면, 오빠는 어차피 선택권이 없어." 그 말과 함께 유러스는 폭탄이 부착된 드론을 조금 움직여 그 존재감을 상기시켰다. 홈즈 씨와 홈즈 부인, 그렉이 움찔했다. "그리고 혹시 오빠에게 격려가 더 필요하다면, 그녀의 주변에 있는 드론에도 폭탄이 붙어있어, 셜록. 네가 실패하면, 폭탄은 터지는 거야." 유러스가 활짝 웃었다.
셜록은 이를 악물었고 마이크로프트는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이전보다 더 안 좋은.
"그럼. 내가 그녀와 전화 연결을 하면, 오빠는 이 상황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고 그녀가 '사랑해요' 라는 말을 하게 하면 되는 거야. 시작할까." 유러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실은 연결음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거의 모두가, 두려움과 함께, 누가 전화를 받을지 깨달았다. 셜록과 셜록의 지인들을 아는 그들로서는 상당히 명백한 사실이었으니 유러스의 잔인함에 모두 창백해졌다. 특히 셜록이 그러했다.
"오!" 유러스가 순수하게 외쳤다. "잊었네. 시간 제한 있어, 셜록. 행운을 빌어." 유러스는 조롱하듯 꼰 손가락을 흔들었고, 화면은 그녀와 함께 타이머를 보여주었다. 5분이었다.
통화가 연결되자, 전화를 받은 건 예상처럼 몰리였다. “...여보세요?" 타이머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에 셜록은 순간 숨을 멈췄다.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길 강렬히 바랐다. 셜록이 제 뺨을 쳤다. 집중해야 했다.
"안녕, 몰리." 셜록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아주 조금 더 긴장한 듯 들릴 뿐이었다.
모두들 셜록이 상황 아래 얼마나 압박을 받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마이크로프트 또한 셜록의 눈에서 패닉을 볼 수 있었고 미소 짓는 여동생에 구역감이 들었다.
"셜록?" 몰리는 혼란스러워 보였다. "크리스마스 날에 왜 전화를 건 거예요? 그것도 모르는 번호로? 무슨 일 생겼어요?" 그녀는 걱정스러워 하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아니요, 일은 없어요." 너무 서둘러 대답하는 바람에 셜록은 몇 초간 눈을 질끈 감고 스스로를 가라앉혔다. "나는 그저…나는 그저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하고 싶어서요." 그가 설득력 없는 말로 끝맺었다.
"오…” 몰리는 납득한 것 같지 않았지만, 그래도 대답했다. "고마워요, 셜록. 당신도 메리 크리스마스예요."
"어, 그리고… 당신이… 내게 해준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요…." 더 이어나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셜록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비록 찰나 간의 망설임이었지만. 그는 숫자가 줄어드는 걸 선명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무언가 더 말하기 전에, 메리가 찻잔을 떨어뜨렸다. 차가워진 차가 러그에 쏟아지고, 메리는 과장되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배를 감싸고, 놀란 비명을 지르며, 겁내면서.
상황을 잊어버린 존은 이유가 있어서 그 자리에 있다는 걸 까먹고 펄쩍 뛰어올랐다. 메리는 암살자이자 용병이었다. 의도적이거나 정말로 뭔가 잘못되지 않는 한 쉽게 놀라지 않았다. "괜찮아? 아기 때문이야? 조각에 찔리지는 않았어?"
왓슨 부인이 하고자 하는 걸 정확히 알아챈 마이크로프트도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까, 왓슨 부인? 의사가 필요합니까?" 그는 유러스의 얼굴이 짜증스럽게 변하는 걸 볼 수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폭탄은 조용했다.
수선을 떠는 존과, 괜찮다고 안심시키는 메리, 잠시 동안 이어진 안시아와 마이크로프트의 질문과 같은 혼돈이 의심할 여지 없이 수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몰리는 더욱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어, 메리가 다쳤어요? 무슨 일이에요?"
셜록은 최대한 태연하게 들리도록 노력했다. 마이크로프트와 안시아처럼 그도 메리가 하려는 것을 알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발이 걸려서 바닥에 차를 쏟았어요. 거대하게 부풀어오른 배를 가지고 있으니 종종 그러리라는 걸 알겠지만요. 그리고 존은 과보호하고 있고요. 또." 그는 평소의 빈정거림을 최대한 많이 넣으려고까지 노력했다.
"알겠어요…." 셜록의 말에도 불구하고 몰리는 잘못된 게 있다는 것을 감지한 것 같았고 맞춰주려고 했으나, 슬프게도 그건 형편 없을 정도로 투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몰리는 무언가를 숨기는데 능했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셜록의 '죽음' 같은 걸 미리 준비하는 게 아니면.
의미가 없어진 걸 깨달은 유러스가 쾅 소리와 함께 연결을 끊었다. 방해에 극도로 분개한 것처럼 보였다. "너…!" 그녀의 시선이 메리에게 고정되고, 마이크로프트는 존이 긴장하는 걸 보았다.
"네가 끼어들지 말라고 금지하지는 않았잖니, 유러스." 마이크로프트가 입을 열었다. 그는 메리가 셜록의 또다른 상심을 막아주었다는 걸 알았다. 그것에 감사했고.
증오심에 찬 유러스는 눈빛으로 찌를 수 있다면 마이크로프트를 죽일 기세로 날카롭게 돌아보았다. 잠시 뒤 그녀는 아무도 가능하리라 생각 못했을 만큼 더욱 악의적이고 잔인한 미소를 짓다가 혀를 쯧 찼다.
"하지만 너는 끼어들지 말라고 말했잖아, 그렇지, 오빠?" 마이크로프트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녀의 시선을 마주 보았다. 셜록이 아니라 그를 해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다행이군. "보자…. 이건 어떻게 생각해?" 유러스는 악의 넘치게 웃으며 화면 밖에서 어떤 것을 조작했다.
유러스 옆으로 나눠진 화면은 옛날 사진 하나를 보여주었다. 사진을 본 마이크로프트가 한숨 쉬었다. "대사와 이야기 했구나."
"당연히 했지." 유러스가 히죽거렸다.
"그를 보내버리기 전에 소지품을 철저히 검사했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이크로프트는 자신이 놓친 것을 되짚기 위해 미간을 찡그렸다. 생각나는 것은 없었다. 그 남자를 대사로 가장하여 추방시킬 때 했던 수색은 꼼꼼했었다.
셜록, 존, 안시아는 사진에 창백해졌다.
두 남자가 성관계를 맺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러나 아래 있는 남자는 벨트에 묶인 채 얼굴이 침대에 눌려 있었다. 비록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남자는 군살이 없고, 호리호리하며, 붉은 색 머리인 걸 볼 수 있었다. 마치 30대의 마이크로프트처럼.
그들 셋은 성폭행에 대해 알고 있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저게…. 그들은 생각을 마칠 수조차 없었다. 그래, 알고는 있었지만 아는 것과 보는 것은 달랐다. 셜록의 뇌는 사진을 보는 순간 멈춰버렸고, 멍하니 노려보면서도 정말로 보고 있지는 않았다.
나머지는 처음 봤을 때 무슨 사진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마이크로프트의 말과, 분명히 존재하는 연관성, 그리고 다른 세 명의 반응에서 그들은 정말로 상상하고 싶지 않은 어떤 가슴 철렁하는 기분을 느꼈다.
그들의 반응과 특히 셜록이 숨을 쉬지 않다 못해 거의 질식하기 직전이라는 걸 눈치챈 마이크로프트가 황급히 단언했다. "저건 내가 아니다, 셜록."
마이크로프트의 말을 마침내 이해하기까지 몇 번 눈을 깜빡이던 셜록은 필요한 숨을 들이쉬었다. 다시 뇌기능을 복구하면서, 그는 마이크로프트 본인이 아니라는 걸 추리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일이 실화였다고 암시하셨다는 건…." 안시아가 망설이며 물었다. 그녀도 안심했고 그저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물어야 했다.
마이크로프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도 취향이 있어. 내 추측에 그가 만난 에스코트 중 하나인 것 같은데, 그가 녹화해 남기는 걸 좋아한다고도 들었네. 그를 제거하면서 내가 모두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보아하니 남은 게 있었군." 그가 불쾌한 투로 말했다. 그 자의 소지품이나 방에는 남아있는 게 없도록 확실히 했으니, 분명 대사가 친구들에게 줬을 것이다.
"아쉽다. 1초라도 헷갈리게 만들고 싶었는데. 너랑 제일 닮은 사람으로 골랐고, 대사는 나를 위해 기꺼이 자세를 다시 얘기해줬지." 유러스는 어깨를 늘어뜨렸으나 하는 말과 달리 실망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분명히 더 있었다. 유러스가 그를 1초라도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리가 없었다. 마이크로프트는 눈을 살짝 가늘게 떴지만, 묻지 않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나는 전라가 아니었고 벨트 대신 수갑이었던데다, 침구도 달랐고 피도 있었단다. 내가 헷갈리기는 어렵지." 마이크로프트가 사무적으로 얘기했다. "우리가 가진 기억력 알잖니, 유러스. 나는 솔직히 대사가 그만큼이나 기억하고 있는 것이 놀랍구나. 그가 섭취한 알코올 때문에 뇌세포가 죄다 술에 절여진 줄 알았는데." 마이크로프트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맞아. 왜냐하면 네가 십 년 넘게 알코올 중독에 걸렸다고 할 정도로 계속 취한 상태로 만들어 놨었잖아. 그리고 너는 누군가를 죽이는 버튼도 못 누르지." 유러스가 코웃음쳤다.
그리고 이제 모두가 과거에 있었던 일을 꽤 짐작하게 되었다. 그들은 그냥 젊은 마이크로프트의 섹스비디오정도이길 진심으로 바랐으나, 존과 셜록, 안시아의 반응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혈흔 언급도. 안색들이 초록색이거나, 창백하거나, 둘 다 섞여있었다. 그렉은 분노하면서 슬퍼보였다.
홈즈 부인은 희미하게 "뭐…?" 를 내뱉었으나 그 뒷말은 너무 희미해서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스스로를 지탱하지 못한 채 바닥으로 주르륵 미끄러졌다. 붙잡아 일으켜 주려는 시거의 손길이 느껴졌으나 그녀는 느끼지 못했고, 그 또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래서 이 사진을 왜 보여주는 거니, 유러스? 내가 그의 영상 모두를 파괴하지는 못했더라도, 내 것의 사본은 남지 않게 확실히 했단다." 마이크로프트가 물었다. 숨은 동기 없이 유러스가 사진을 꺼내 들었을리 없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폭로에 경악했을지라도, 유러스는 사진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들을 괴롭히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다른 이유가 있었다.
화면 안에서 음흉하게 웃은 유러스는 여전히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마이크로프트를 향해 적대감을 쏘아보냈다. "하지만 너는 사본이 있잖아, 그렇지? 있는 거 알아. 보관해두지 않았을 리가 없어."
그녀의 말에 마이크로프트의 시선이 무심코 현관 앞, 우산을 둔 곳으로 움직였다. 유러스는 놓치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지. 우산이구나, 마이크로프트? 독창적이긴. 여왕은 네가 사본을 갖고 있는 걸 알아? 아무래도 네가 다음 애들러 양이 되고 싶은 모양이야." 유러스는 심술궂게 물었다.
마이크로프트가 한숨 쉬었다. 그러니까 이게 유러스가 노리는 것이다. "그래, 우산에 넣어뒀었지, 하지만 영상은 파괴했다." 유러스의 계획을 좌절시킬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그는 약간의 고소함을 담아 말했다.
"뭐라고?" 유러스가 쏘아붙였다.
"그래, 만일을 대비해 사본 하나를 보관해뒀다. 하지만 몇 달 전 셜록이 그 일을 알아냈고, 혹시나 셜록이 염탐한다면 내가 지니기에는 너무 위험이 컸어. 네 말대로 영상의 존재는 애들러 양의 사건과 비슷해질 테니 셜록을 위험에 빠뜨리겠지. 그래서 제거했다." 마이크로프트가 어깨를 으쓱했다. 늘 그렇듯, 셜록이 마이크로프트와 유러스의 와일드 카드였다.
다른 이들은 이 순간 마이크로프트가 어떻게 태연할 수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주고 받는 이야기는 과거 있었던 그 본인의 성폭행이었다.
존은 다시 한 번, 몇 달 전 마이크로프트가 완벽히 망가진 사람이었다는 깨달음을 떠올렸다. 이 대화를 더해, 그의 생각은 더욱 더 굳어졌다. 마이크로프트는 자신의 정신 건강을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전혀. 존은 이렇게 부서진 사람을 보는 것에, 자기 자신을 목적을 위한 수단 그 이상으로는 생각지 않는 사람을 보는 것에 심장이 꽉 죄여들었다.
이제, 홈즈 씨는 바닥에 홈즈 부인과 함께 있었고, 그렉은 긴장으로 떨고 있었으며 메리는 마이크로프트를 처음 보는 것처럼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야 자신이 마그누센의 표적이 되었던 이유를 이해했다.
유러스는 몇 초간 침묵했다. 본인의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점점 더 분노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분명히 영상을 유출할 계획이었을 테지, 마이크로프트가 생각했다.
"그 사진이나 영상을 유출해봤자 소용이 없을 거란 걸 알잖니, 유러스. 높으신 분들은 이미 그 당시에 봤고, 그들은 저 남자와 나를 헷갈리지 않을 거다." 마이크로프트는 만일을 대비해 명백한 사실을 짚어주었다. "그리고 너도 내가 왜 그가 원하는 대로 하게 두었는지 알아냈을 텐데. 비겼다고 하는 게 어떻겠니?"
적의에 차있던 유러스의 눈빛이 마이크로프트이 마지막 말에 변했다. "오, 그러니까 내가 고마워하길 바라는 거야? 왕족을 강간으로 협박해서 날 굳게 가둬주고 있으니까?
마이크로프트를 제외한 모두가 직접적인 행위 언급에 움찔했다. 이제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마이크로프트가 한숨 지었다. "물론 네가 고마워할 거라고는 예상 안 한다만, 나는 투옥되는 게 처형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니?" 마이크로프트는 눈썹을 치켜올린 채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 사건은 불쾌했고 그래, 눈물 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만, 너도 내가 그걸 계획한 이유가 너 때문이라는 걸 알잖니. 내 개입의 대가는 당시에 치렀으니 비겼다고 하자꾸나." 마이크로프트는 이것으로 충분하길 바랐다. 만약 유러스가 계획이 변경된 것 때문에 넘치게 분노한다면,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알까.
유러스는 고개를 기울이고 정말로 등가교환할 것인지 고려하는 것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
다른 이들은 둘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저 미친 여자는 이해하고 싶지조차 않았지만, 마이크로프트는? 정말로 본인의 성폭행을 가지고 차분하게 협상하는 중이란 말인가? 들은 바대로라면, 유러스를 구하기 위해 누군가를 제거하려 계획한 것이고? 그리고 저 여자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그가 견딘 일에 고마워하지도 않는단 말인가?
잠시 뒤 유러스는 자세를 바로 했다. "셜록의 과제를 네가 대신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녀의 눈이 그렉을 향해 찰나간 반짝이다, "네가 그런 모습을 보는 데 관심이 있는지는 별로 흥미가 없네. 마그누센은 성공적으로 했을 텐데." 유러스가 안타깝다는 듯 한숨 쉬었다.
다른 악마의 언급에 존과 셜록의 입이 딱 벌어졌다. 안시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마이크로프트는 무심하게 끄덕였다. "그라면 반드시 영상을 남겼겠지." 셋의 반응을 본 그가 덧붙였다. "아니, 유러스는 그를 돕지 않았다. 그랬으면 날 가졌겠지." 마이크로프트는 확신했는데, 자신이 유러스의 개입을 모를 리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안타까워. 그가 너에게 갖는 집착을 내가 알아내기도 전에 죽어버렸잖아. 안 죽었다면 내 도움과 함께 네 인생을 살아있는 지옥으로 만들기 충분할 정도로 창의적이고 타락한 인간이었는데." 상상하며, 유러스의 눈은 악의적인 즐거움으로 반짝였다.
마이크로프트는 어깨를 으쓱였다. 상상이 갔지만, 다행히도 이제는 불가능한 일이니까.
다른 이들은 그… 일의 혐오감으로 토할 것 같았다.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유러스는 본 주제로 돌아가기 전에 애석하다는 듯 한숨을 한 번 더 내쉬었다. "계획 B는 주제와 약간 벗어나서, 루디 삼촌이 죽었을 때 내 죽음을 막은 것과 네가 준 스트라디 얘기는 여기서 마무리를 지을게. 가족 화합 덕에 내가 관대하게 구는 걸 고맙게 여기도록 해, 큰오빠." 그녀는 적나라한 증오를 담아 루디 삼촌을 발음하고는 거들먹거리는 톤으로 말을 맺었다.
마이크로프트는 안도를 숨기며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크로프트의 용인과는 반대로, 안시아와 그렉은 저 미친년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어 비틀리는 손을 억제했다.
유러스는 그들 모두를 무시했다. 그들이 외부와 연락하려 하지 않는 이상, 관심을 줄 가치도 없었으니까.
"이번 판에는 힌트가 없어, 셜록. 결국 그 말을 듣는 데에는 실패했으니까." 유러스가 선언하더니 사악한 웃음과 함께 이었다. "이제, 마지막 문제야."
Xiaoyu_GolemLab on Chapter 1 Sun 02 Mar 2025 09:59PM U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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