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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s a sip of your soul, and it sounds like

Summary:

1959년 캔디데이트 토너먼트에서 미하일 탈과 바비 피셔.

Chapter 1: Bobby, coo-coo!

Summary:

Sep 15, 1959
Round 6
Tal vs Fischer
1 - 0

or...

"Yes, but why did Tal say, 'Bobby, coo-coo'?"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캔디데이츠 토너먼트는 평범한 체스 대회가 아니었다. 세계 최정상 그랜드마스터들이 궁극의 상금, 현 세계 챔피언에게 도전장을 내밀 권리를 놓고 격돌하는 용광로였다. 블레드의 체스 홀은 벌집처럼 윙윙거렸고, 공기는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중앙 보드 중 하나에서는 스물 세 살의 전 2회 소련 챔피언이 막 승리를 거둔 참이었다. 몇 시간 동안의 집중으로 그의 칠흑 같은 머리카락은 살짝 흐트러져 있었다. 방금 전 상대를 무너뜨린 판을 내려다보던 그의 크고 매혹적인 검은색 눈동자는 승리의 짜릿함으로 반짝였다.

그 맞은편에서는 열여섯 살의 미국 챔피언이 뻣뻣하고 어색한 동작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그의 몸은 점수표와 기보를 기계적으로 챙기고 있었다. 어색한 몸짓은 그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법을 잊어버려 각 팔다리에 달린 줄을 당겨 움직이고 있는 듯 보였다. 성장하며 점점 더 갈색에 가까워질 그의 짧은 머리는 아직 금발의 색채가 감돌았다. 평소 계산으로 날카로웠던 그의 헤이즐색 눈은 이제 좌절과 굴욕이 뒤섞인 불꽃으로 타올랐다.

이 대국 자체는 탈의 공격적인 플레이가 빛난 걸작이었다. 백을 잡은 탈은 26수까지 화려한 수순을 구성해 룩을 e6로 이동시키며 f6에 있는 피셔의 퀸을 위협했다. 기물 이득에 탐욕스러운 눈을 가진 전형적인 전술가인 피셔는 퀸을 c3로 후퇴시키며 나이트를 잡았지만, 이는 실수였다. 곧 탈의 군대는 전진했다. 교환 후, 두 룩이 포식자처럼 조화를 이루며 피셔의 킹을 g7의 절망적인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었다. 탈출구가 없자 피셔는 항복을 선언하며 손을 내밀었다.

미하일은 다정히 웃음지었다. 그의 미소는 승리에 대한 기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피셔의 기권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으니까. 그보다는, 상대에 대한 존중의 표시였다. 이는 승리에서 이는 평생 경쟁자들 사이에서 살아온 남자의 미소였으며, 체스가 불러일으키는 좌절감과 생생한 감정 속에서 동질감을 찾아내는 법을 터득한 자의 미소였다.

바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가슴이 조여드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체스판을 응시했다. 그 격자무늬 나무판은 자신의 모든 희망을 묻어버린 묘지처럼 보였다. 그러고는 일어섰다.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걸음을 옮겼지만, 떠나기 전 참을 수 없이 한 번만 뒤돌아보았다. 그 "마법사"가 아직 지켜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탈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인 뒤 돌아섰다.

바비는 체스 홀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남아 있는 담배 연기를 지나, 엉킨 코트들을 지나, 벽에 걸린 점수판을 지나—그곳에는 이제 그의 이름이 탈의 이름 아래 두껍고 검은 잉크로 적혀 있었다. 그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고백이었다: 그는 준비되지 않았다, 아직은, 충분하지 않았다. 사실, 무엇을 기대했는가? 이번 대회의 우승자를 예측하는 사람들의 입에는 글리고릭, 탈, 케레즈, 페트로시안 같은 정장을 입은 소련인들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거렸지, 스웨터를 입은 열여섯 살의 미국 소년은 누구에게도 진지하게 고려되지 않았다.

복도는 어두웠고, 삐걱거리는 마루판이 발걸음에 따라 메아리쳤다. 벽에는 체스 전설들의 바랜 포스터가 걸려 있었고, 그들의 눈은 현재가 펼쳐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블레드의 복도는 대회장보다 더 차갑고, 더 회색빛이고, 더 고요했다. 벽은 사람들의 발소리를 가두어 더 크고 외롭게 들리게 했고, 마치 각자가 다른 누군가의 삶의 메아리에 따라다니는 듯했다. 지금으로선 바비는 차라리 이곳이 더 마음에 들었다. 고요함과 단조로움, 아무도 뒤에서 몰래 다가올 수 없는 곳.

멀리서 들려오는 식당의 그릇 소리, 목소리가 섞인 소음이 스며들었다. 탈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승리의 짜릿함이 아직도 전율처럼 흐르고 있었다. 승리를 거머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특히 어제 페트로시안과의 공허한 무승부 이후라면 더더욱.

갑자기, 그의 눈에 바비가 느릿느릿 걸어가는 모습이 들어왔다. 어깨는 움츠러들어 있었는데, 마치 패배의 그림자가 아직도 그를 붙잡고 있는 듯했다. 불쌍한 녀석, 완전히 무너진 모양이군. 탈은 생각하며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기분 좀 풀어주자. 애치곤 너무 진지하니까.

바비는 뒤에서 자신의 발소리보다 빠른 발소리를 들었다. 시야 한켠에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바비!” 미하일 탈의 목소리가 그를 쫓아왔다. 밝고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였다.
그는 그 부름을 무시하려 했지만,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탈이 그의 곁에 섰다. 태연한 걸음걸이에, 이미 눈썹까지 내려온 머리카락과 강철도 베어낼 듯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바비, 쿠쿠!” 그는 노래하듯 말하며 유쾌하게 손을 흔들었다.

바비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목 뒤로 열기가 치밀어 올랐다. 순간, 당황과 분노로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숨이 막힐 것 같았다. 탈을 쳐다볼 수 없었다. 우월함을 자부하는 소년에게 아이처럼 놀림받는 건, 특히 미하일 탈에게 놀림받는 건 자존심에 칼을 꽂는 듯한 고통이었다.

바비의 손이 주먹으로 꽉 쥐어졌다. 웃어야 할지, 소리쳐야 할지, 도망쳐야 할지 몰랐다. 감정이 체스판 위의 맞지 않는 말들처럼 부딪치고 있었다. 결국 그는 도피를 선택했고, 걸음을 더 빨리 해 식당을 가로질러 갔다. 걸음걸음마다 광택 나는 바닥에 신발이 살짝 미끄러졌지만, 그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탈의 목소리가 여전히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왜 그랬을까?
젠장, 탈이 내 패배를 비웃고 있어.
어쩌면 이건 전략일지도. 내가 위협이라고 생각해서 내 속을 꿰뚫으려는 거야.
아니, 내가 그냥 애송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날 조롱하는 거지.
씨발.

패배 후 걸어나오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그는 탈의 미소를 부드러운 것으로 여겼는데, 어떻게 그렇게나 잘못 생각했을까? 이제 돌이켜보니, 그 웃음에는 다정함이라고는 한 줌도 없었다. 그 진정한 의미는 분명 거만하고, 조롱하며, 깔보는 것이었으리라.
바비는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자신의 테이블을 찾았다. 마침내 작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자신의 코치를 발견했을 때,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으로는 테이블이 누군가가 자신을 들을 수도 있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에 조용히 욕을 짓씹었지만, 눈물이 더 고여 스스로를 더 창피 주기 전에 그 생각을 밀어냈다.

바비가 코치의 맞은편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뛰어들어왔다.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 나와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고개를 숙이고 허둥지둥 닦아내려 했지만 오히려 더 심해질 뿐이었다. 그는 열여섯 살이 아니라 여섯 살짜리처럼 느껴졌고, 그 수치심에 눈물이 더 세차게 흘러내렸다.

“바비, 세상에!” 코치는 갑자기 터져 나온 울음에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는 꽤 당황했다—어제 바비가 올라프손에게 졌을 때 그의 반응은 이렇게 심하지 않았는데. 그 때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조용한 침울함뿐이었다.

“앞으로 22경기나 남았어, 그중 3경기는 탈과 하는 거야. 복수할 기회는 충분하잖아, 왜 울어?”

코치의 잘못된 추측에 기반한 말을 듣고 바비는 좌절감에 울음을 더 크게 터뜨렸다. 어떻게 이렇게 잘못 짚을 수 있을까? 그 일에 그가 낙담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가 식당 한가운데서 무너져 울음을 터뜨린 건 경기 자체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목소리가 갈라지며 울먹였다. “그래, 그런데 왜 탈이 '바비, 쿠쿠'라고 했을까요?”

그는 동정 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탈은 원래 그래, 늘 장난꾸러기지.”

바비는 대답하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답할 수 없었다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그는 이제 거의 헐떡이고 있었고, 숨은 짧고 가쁘게 터져 나왔다.

사실, 말할 수 있었다고 해도, 바비는 코치에게 대답하고 싶지도 않았다. 탈의 행동을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다니, 그의 코치는 얼마나 한심한가! 그것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마치 아이를 놀리듯 자신을 대하는 것은 체스 선수인 자신을 향한 의도적이고 노골적인 무시였다. 아마도 그것은 고의적이었을 것이다.

바비의 흐느낌은 천천히 사그러들었다. 그들은 한동안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편안하지도 어색하지도 않은, 그저 필요한 침묵이었다. 바비는 식욕을 잃은 채 포크로 음식을 찔러댔다. 코치의 살짝 걱정스러운 시선이 느껴졌다. 그는 코치의 약간 걱정스러운 시선이 자신에게 머물러 있음을 느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바비가 코를 훌쩍였다. 울먹이는 목소리 사이로 으르렁거림이 새어나왔다. “내가 그를 이길 거에요.” 그는 떨리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끔찍한 복수를 해줄 거에요. 언젠가 그를 짓밟고, 똑같이 '미샤, 쿠쿠!'라고 말해줘야지.”

코치가 웃음을 꾹 참으려 목을 가다듬자, 숨 막히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는 '끔찍한 복수'라는 극적인 계획에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그는 간신히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래, 투지는 좋네. 준비에 집중하고, 그러면...” 그는 자신의 지혜로 바비에게 뭔가 깨우침을 주려 하는 듯 했지만, 바비는 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보냈다.

결국 바비는 방 건너편을 바라보게 되었다. 미하일은 동료 소련 선수들에게 둘러싸여 활기차고 과장된 손짓을 하며 웃고 있었다. 저것 봐, 모두가 저 사람을 좋아해. 바비는 알 수 없는 고통이 다시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생각했다. 자기가 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조차 모르고 있겠지.

미하일이 잠깐 그의 시선을 포착했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탈의 끝없이 깊고 깜빡임 없는 눈은 거울처럼 반짝였다. 장난스러운, 그의 씨익 웃는 듯한 미소가 돌아왔고, 뜻밖의 온기가 바비의 가슴을 스쳤다. 바비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며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또 그 짜증나는 표정이야. 바비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자신의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은 복수, 그래— 복수심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Notes:

이 일화와 인용문은 'Russians versus Fischer' 책의 45~46쪽에서 발췌한 것입니다.